
사진집단 일우 그룹展 '미행(尾行)' - 2008.1.2 ~ 2008.2.5 충무로 갤러리 카페 브레송
Prologue
미행( 尾行 )
미행의 긴장감은 절실함에서 시작된다. 그 절실함은 어느 사소한 실마리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몸의 모든 감각을 팽팽하게 긴장시키며 목표물을 뒤따르게 한다. 너저분한 일상에서, 지나다니는 거리 한 구석에서 혹은 우리가 숨쉬는 도시 어디선가 힐끗 본 듯한 피사체들은 집요한 미행의 어느 한 순간 스스로를 무장해제시키며 렌즈 안으로 빨려든다. 그것은 우리가 눈을 깜박이며 보는 세상과는 다른, 아주 낯선 얼굴로 다가와 무엇이라고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느낌으로 폐부를 날카롭게 찌른다.
그 순간 미행은 어떤 이에게는 공명하는 것들과의 즐겁지만 가볍지 않은 놀이이며, 또 어떤 이에게는 무의식적 끌림에 대한 직관적 해독과정이며, 혹 누군가에게는 상처 입은 영혼에 대한 위로이며 눈길 한번 준 적 없는 그림자와의 포옹이 된다.
그리고 피사체는 더 이상 목표물이 아니라 바로 '나'의 연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양한 소재에 대한 상이한 시선을 하나의 공간에 모아놓는 것이 적어도 우리에게 어색하지 않은 것은 우리들의 작업이 사진적 기록이나 탐미적 행위 이전에 스스로 존재의 증거를 드러내는 과정이라 여기기 때문이며, 자기 연장체의 촉수가 어느 지점에서 맞닿아 만들어 놓은 공감대가 크기 때문이다. 거칠고 불편함은 잠시 익숙함에 기대어 평온하고 다시 낯설게 부유한다. 각 음색은 날선 듯 조율된 듯 한 공간을 채우며 은밀하게 또 다른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카메라의 셔터가 끊어지는 그 짧은 시간조차 놓칠 수 없이 당신이 좇고 있는, 아니 당신이 좇아 셔터를 누르게 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어두운 눈 열게 하시며 무딘 감각 예리하게 조련해주신 우리의 영원한 스승 김홍희 선생님, 가슴 뜨겁게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힘들 때 일으켜 세워주시고, 나태할 때 채찍도 함께 주신 선배님들에게 또한 머리 낮게 숙입니다.
글 | 소종섭 (일우 14기 회장)
Recommendation
사진집단 일우, '미행(尾行)'전에 부쳐
사진이란, 이미지는 있으나 실체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면적 없는 위치와 같다. 이미지로서의 현물은 종이 위에 존재하지만, 실체로서의 현존은 인화지 밖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것은 개념적 공유를 가능케 하는 순차적 경험의 상호의존 관계로 일정한 시점(時點)만을 지시한다. 우리는 그것을 공유할 뿐이다. 일정한 시점은 개념적 공유와 순차적 경험의 상호의존 관계를 통해 존재 불가능한 점에서 출발, 폭 없는 길이로 늘어나기도 하고 두께 없는 넓이로 확장되기도 한다.
사진이란, 현존 불가능의 가능을 확인하는 모순적 행위이다. 동시에 그 모순을 체험하는 정시적, 육체적 유희이기도 하다. 그 유희는 현존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역모순의 체험을 낳는다. 결국 사진이란 '찍는다'는 행위에서 출발하고, 그 행위는 존재 불가능의 연속성에 기인하며, 그 연속성은 순차적 경험의 의존적 관계의 확인으로 끝난다. 찍지만 아무 것도 찍지 못한,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 수없이 셔터를 끊는 실존적 주체의 허구적 행위의 반복이다.
지난 여름에 시작되었던 '사진집단 일우' 14기의 사진 수업과 작업 과정을 무자년(戊子年) 새해 벽두에 일단락 짓는다. 우리가 무엇을 추구했는지는 각 개인의 경험치로 존재하고 그 경험치는 공유되었다. 그 경험치는 우리의 '어떤' 것이자 각자의 '다른'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 전시는 미행(尾行)이란 이름으로 자명한 현실로 다가왔다.
네 개로 구성되어 있는 이번 '미행'전은 '갤러리 카페 브레송'에서 5주 동안 계속된다.
김홍희 /사진가
Exhibition
◎ 네번째 미행 '원더랜드'| 2008.1.25 ~ 2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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妙한 하루 | 김지혜 그런 하루가 있었다. 지금 내가 기억하는 것이 정말 기억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혹은 아침 꿈에서 깬 이후 그 잔영이 하루 종일 내 뒤를 밟는 것 같은.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그런,길을 가다 문득 뒤 돌아본다. '언제 봤었지' 전에 와 본 곳이었는지, 꿈속에서 본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기억을 부여잡아보려고 한참을 끙끙거리다가 기억 속에 있는 곳이려니 하고 다시 돌아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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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 땐스홀| 김형성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시달림을 받았더래요.’ 90년대 대학시절, 이 노래에 맞춘 율동이 공동체놀이 시간에 반드시 들어가곤 했다. 어떤 예언이었던가. 그 노래를 따라 부르던 젊은이들은 포스트 IMF시대의 시달림 속에 힘겨운 100만 청년실업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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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 프로젝트| 서준영 이것은 피터팬이 되고 싶은 후크 선장의 성장통(成長痛) 이야기이다. 신인류는 텔레비전에 영향을 받고 자란 20세기 전후의 세대를 말한다. 그들은 이전의 어떤 세대보다도 텔레비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텔레비전에서 얻은 정보에만 의존하며, 그 정보에 의해 기존의 윤리와 틀을 거부하게 되었다. 또한, 새로운 형태의 개성을 통해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정립함과 동시에 다양한 파생 문화를 만들어 내었다. 지금의 신세대는 신인류에 의해 탄생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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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but gloomy day |소종섭 눈부신 햇살에 소름 돋는 한기를 느끼며 슬픔이 밀려올 때가 있다면 그늘진 곳 웅크리고 있는 나를 찾아 위로할 일이다. 그리고 그 때 나를 내리쬐는 것이 햇살이 아니라 조각난 기억이거나 혹은 내가 기억조차 못하는 날카로운 그 무엇이라는 것을 알아채야 한다. 20대 젊은 프로 스케이트 보더들의 모습과 그들의 일상을 카메라로 쫓아다니며, 혹은 그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들은 이성과 논리의 날을 세워 살아온 내 20대 감성과 감각의 억눌림에 대한 위로의 시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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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ground | 유동현
꿈이 있었다. 매미처럼 하늘높이 날아올라 노래하는 꿈차갑고 습한 지하에서 끝없이 하늘만을 바라 보았다. 시간은 흐르고이제는 눈물조차 말라버렸다. 날지 못해도 좋으니 노래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내 삶의 여름은 지나갔고 오늘도 두 뺨 위로는 음악이 흐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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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어른? | 정진영 나는 서른이다. 나는 행복한 서른이다. 때로는 철없는 서른이다. 그래서 더욱 즐거운 서른이다. 서른, 어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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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있는 비밀 - 소통| 최연식 오늘도 공연은 무대에 오른다. 무대 위의 사람과 객석의 사람이 어쩌면 전부인 이 곳공연장. 그러나 여기서로 다른 꿈을 꾸는 그들의 비밀스런 순간을 영원한 소통의 기억으로 묶어 두고픈 이들공연장 사람들. 그리고 여기서로 같은 꿈을 꾸는 소통의 순간을가슴 벅찬 감동으로 기억하는 이나. 무대 뒤에서 우람한 객석의 관객을 엿본다.나의 비밀스런 소통의 순간. 오늘도 공연은 무대에 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