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흐르다
뱀이 왜 허물을 벗는지 알고 계세요?
fotog so
2007. 12. 27. 00:33

"허물을 벗잖아요? 그거 생명을 걸고 하는 거래요.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나요. 그래도 허물을 벗으려고 하지요. 왜 그런지 아세요?"
타모츠가 대답했다
"성장하기 위해서죠."
후미에는 웃었다.
"아니오. 열심히 몇 번이고 허물을 벗는 동안 언젠가는 다리가 나올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래요.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하면서요."
"별 상관도 없는데 말이죠. 다리 같은게 있던 없든 뱀은 뱀인데."
후미에는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뱀의 생각은 다른가 봐요. 다리가 있는게 좋다. 다리가 있는 쪽이 행복하다고요. .....이 세상에는 다리가 필요하지만 허물을 벗는데 지쳐버렸거나, 아니면 게으름뱅이거나, 방법조차 모르는 뱀은 얼마든지 있다고 봐요. 그런 뱀한테 다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거울을 팔아대는 똑똑한 뱀도 있는 거죠. 그리고 빚을 져서라도 그 거울을 갖고 싶어하는 뱀도 있는 거구요."
-저는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인데.
세케네 쇼코는 미조구치 변호사한테 그렇게 말했다.
- 미야베 미유키 소설<화차> 중에서.
크리스마스라고 모처럼 추리소설을 하나 읽었다.피할 수 없는 절망에서 타인의 삶을 도용해 새로운 삶을 꿈구는 젊은 여자에 대한 이야기. 추리형식을 빌렸지만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섬세한 묘사가 읽는 맛을 더했다.
미야베 미유키 <나는 지갑이다>도 대기모드에 올렸다.